최근들어 퇴근 후 아는형의 소개로 D.P.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현재 1개의 시즌과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군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지 못하였고, 내가 입대하였을 당시엔 부조리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심한 부조리를 느껴본 적도 없었다.
들은 바로 내가 입대하기 전 있었던 부조리는 식고문(신병 자대 배치 후 라면을 PX에서 사와서 다 강제로 다 먹게 함) 등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드라마는 내가 알던 부조리의 선을 넘어 여지껏 있었던 모든 군대 내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드라마에선 군대 내에서 탈영병을 잡는 등과 같은 위계질서를 지키는 업무를 담당하는 헌병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가 진행된다. 나는 탈영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군대 내에서 들리는 바로는 헌병들은 사복을 입고 버스 터미널 또는 기차역에서 병사들이 보이면 불시에 검문을 한다고 한다. 군대에 있을 때는 그냥 뜬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이런 드라마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소문이 아니라 진실 아니었을까?
나는 이 드라마의 모든 에피소드에 대해서 쓰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6화의 마지막 부분만 써보려고 한다.
6화의 핵심 등장인물은 위와 같다. 장수가 전역을 하였는데, 석봉은 장수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의 부조리가 계속 되자, 장수에게 당했던 것을 복수하기 위해 탈영한다. 이 때 장수는 정말 군대 내 왕고(최고참)이 된 것 마냥 명품 연기를 보여주었다.
석봉이 탈영하자 헌병대에서 탈영이 일어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숨기기 급급한 모습 또한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석봉은 이어 황병장을 죽이기 위해 칼을 들고 나섰고, 경찰의 권총을 탈환해 인적이 드문 광산(?)으로 장수를 끌고간다.
장수는 석봉이 방심한 틈을 타 재빨리 탈출해 나가보았지만, 이 곳은 인적이 드문 곳.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
겨우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밖은 눈이 오고 있었고, 사람도 없었으며, 도움을 청한 군인들 또한 보이지 않는다.
이때 석봉이 경찰에게서 탈취한 권총을 들이밀며 나타난다.
"말해봐요. 그 때 왜 그랬어요?"
장수를 죽이려 한 석봉을 본 호열은 급히 석봉을 달래보려 나서지만... 눈이 돌아간 석봉에겐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인질2가 되어버린다.
"내 수통에 뭐라 써진지 아십니까?"
"1954.. 6.25때 쓰던겁니다."
"수통도 안바꾸는데 어떻게 군대가 바뀝니까!"
너무 맞는 말이라 호열은 설득에 실패한다.
이 때 마침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리고, 석봉은 뒤를 돌아보는데,
준호가 나타나며, 석봉이 입대 전 가르쳤던 미술 학원의 학생이 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준호야.. 내가 다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이미 탈영을 하고, 이미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일 위험 또한 만들었다. 이런 석봉 앞에 놓여진 상황은 그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이다.
군인은 민간인보다 몇 십 배나 더 큰 처벌을 받는다. 가령 민간인이 사람을 죽여 몇 십 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고 치면 동일한 범죄를 군인이 저질렀을 경우 그 군인은 즉시 사형 처분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 군경들이 실탄을 장전한 총과 함께 석봉을 애워싼다.
석봉은 정신이 혼미해지며, 자살을 시도하며 사건은 일단락 된다.
해당 사건이 끝나고 준호는 이전에 자신 때문에 죽었던 우석의 묘에 갔다.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석이 누나와 함께 대화했고, 준호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준호의 전역일까지 앞으로 남은 일 수. 514일.
자신의 진급에 눈이 멀어 실탄을 장착한 헌병대를 동원하여 석봉을 잡으러 가는 봉식 헌병대장, 그런 헌병대장을 막아서는 지섭은 결국 해임되었다.
"니가 사람 죽여봤어? 사람 죽여 봤냐고!"
사실 군인 한 명이 탈영 후 흉기를 소지하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당연히 군법으로서 위반이며, 실탄을 장전한 헌병대를 동원하여 탈영병을 잡으러 가는 것이 원칙적으론 맞다. 나도 이 장면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지만, 이런 지섭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제로 중사 계급 정도 되면 저런 행동은 하지 않을 것.
석봉은 이대로라면 당연히 육군 교도소행이다. 관물대에 짐이 다 빠진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석봉. 그런 석봉은 DP 업무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준호에게 그림용 펜을 사와달라고 부탁한 적 있었는데, 준호는 석봉이 떠나고 나서야 펜을 구해서 넣어줬다.
그리고 준호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이 나타난다.
엔딩 크레딧이 나오던 중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뉴스에서 이번화에 있었던 일들을 요약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근무를 갔다 온 석봉의 동기가 생활관 내에서 총기를 난사하며 영상은 마무리 된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군대를 한 번이라도 갔다 와본 사람은 불편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여주며, 여러 사람들이 군대에서 느꼇던 부조리를 생동감있게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을 느끼고, 고위 계급이 군법을 위반하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일과 같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극단적인 일들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약간의 괴리감을 느꼇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만 봐도 실제로 근무를 나갔다 오게 될 경우 탄창은 탄창을 교환하는 곳에서 분리 후 생활관에 도착하게 되는데, 생활관에 까지 탄창을 끼고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 때 당시의 이야기를 하라면 생생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고증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엔 이미 군대를 전역한 지 몇 년이나 지난 상황이기에, 함부로 말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영화 중 가장 파격적인 주제로서 촬영한 드라마라는 점은 군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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